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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현실과 이상

사회복지사 이직률이 높은 이유 :: 종합사회복지관의 썩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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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페이, 내로남불, 고인물

 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로 장기간 근무할 때 정말 다양한 사건사고 에피소드를 겪었다. 특별하지 않아도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몇몇 고인물들의 몰상식한 언행을 지켜보면서 많은 점들이 느껴졌다. 물론 어떤 직종이든 몰상식한 선임은 있기 마련이고 완벽한 직장을 찾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단, 복지관의 안정적인 근무 환경과 소규모 조직에서 과장급 이상 관리자들의 위치가 합쳐지기 때문에 복지계열에서는 더 극악의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종복의 경우 적으면 4개에서 많아봤자 5~6개의 팀에 관장 1명, 부장 1명 그리고 소수의 과장들이 관리자로 기관과 직원들을 관리한다. 시설의 특성상 지자체와 운영법인의 눈치를 많이 살피고 쓸데없는 유관기관과의 경쟁심리를 갖고 있지만 건강한 내부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외부에 비치는 모습에만 안달이다. 조직에 따라서 과장급 이상 관리자들의 관계가 얼마나 친밀한지는 상이하겠지만 대부분 장기간 같은 기관에서 함께 근무했기 때문에 서로 윈윈 하는 관계를 유지한다. 그럼에도 위선적으로 본인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뒤에서는 타 팀을 까내리고 본인 팀의 업적을 만들어내기 바쁘며, 이를 위해 팀원들을 쉴 틈 없이 굴린다. 일한 만큼 급여를 받는 직종이 아니라 정해진 급여에 기초하는 호봉제 직종이기 때문에 업무 지시를 하기 편한 직원만 결국 열정 페이로 빠른 소진을 경험하게 되는 현장 분위기는 어떤 기관이든 공통적인 것으로 보인다. 종합사회복지관 근무자 중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 일을 몰아준다는 얘기에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한 거의 모두가 공감할 것으로 보인다. 쓸데없는 보여주기 식 업무가 생활화된 관리자급은 내로남불의 공통적 특징도 갖는다. 기관마다 상이한 휴가제도, 업무과정 속에서 최소한의 규정을 두고 있지만 직원들이 그 암묵적인 규칙을 지키는 비중을 보면 역시나 관리자급은 자유로운 편에 속한다. 물론 예전처럼 연차 사용에 이유를 묻거나 그런 표면적인 부조리는 대부분 사라졌다. 하지만 당일 휴가 사용의 비중을 보면 어느 기관이든 관리자들의 비율 가장 높았다. 핑계는 항상 거창하다. 건강이 안 좋고 돌봐야 할 가족이 있고 직급이 있으면 어느 정도 대우는 감안해야 하니 평직원보다 간부들은 당일 휴가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당연하다는 식의 일반화. 과연 육체적 노동 강도가 훨씬 높은 일반 직원들은 항상 건강하고 집에 아픈 사람이나 자녀가 없고 대우받아 마땅치 않은 위치인 걸까 자녀 유무에 대한 차이는 있겠지만 당연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본인이 거론할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기관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정말 본인의 얘기인 것 마냥 착실하게 챙긴다. 어떤 기관이 신박한 사업을 하고 진보적으로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 업무를 잘하더라는 소식은 직원들을 자극하고자 꾸준하게도 언급한다. 그리고 정작 본인들은 신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엑셀, 한글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유행하는 모든 교육은 듣게 하지만 본인들은 기본적인 컴퓨터 교육조차 듣지 않는다. 본인들은 항상 팀원 관리를 위해 바쁘고 정신없다는 말을 달고 산다. 공평하지 않은 업무분장, 근황 토크와 격려로 끝내는 슈퍼비전, 결재문서 오탈자 찾기 외에 일반 복지사 말단 사원보다 더 바쁠 수 있는 업무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종합사회복지관 자체가 그들만의 세상이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단순히 장기간 복무하면서 호봉과 급수가 높게 쌓이고 중간관리자 위치까지 올라갔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모든 업무환경을 그들을 위해 맞추고 평직원보다 2배 이상의 급여를 받는 이유가 되는 것일까. 아마 사회복지 직종이 힘든 직업이라고 소문난 것에는 단순히 급여나 업무의 성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평상시에 후임자들에게 하는 실언의 수준은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팀원들이 불공평하고 과도한 업무량에 허덕이면서 소진으로 인해 퇴사를 고민할 때 본인들은 모니터에 사적인 검색 화면 띄워 놓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은 되돌아보길 바란다. 물론 밑에 직원이 퇴사해도 타격감이 전혀 없는 위치겠지만 제도나 정책적으로 사회복지 계열 직종이 성장하기 이전에 조직 자체적으로 직원들의 성숙이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모든 복지관이 위처럼 극단적인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일하고 있는 시설과 유관기관에서 종사하고 있는 동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결국 조직 내부적으로 중간관리자들의 내로남불 특성과 열정페이로 신입 직원들을 굴리면서 팀원들이 노력한 성과를 전혀 신경도 안 쓰다가 본인이 함께 노력한 것처럼 포장하는 모습. 직원들의 역량 강화로 기관의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기본적인 행정 업무능력도 발전시키지 않는 모습이 흔히 보였다. 만약 본인이 취업해서 일하고 있는 기관이 이런 분위기가 아니라면 중간관리자들과 그들을 관리하는 시설장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근무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을 본 중간관리자들이 감정이 상하고 화가 난다면, 더 나아가 다른 중간관리자에게 보여주고 어이없어하며 내용을 부정하고 싶다면, 아마 본인에게 해당되는 모습이 많기 때문에 나온 방어기제가 아닐지 진심으로 고민해보길 바란다. 사회복지계열뿐만 아니라 많은 직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직문화이고 본인들의 자녀도 언젠가 취직을 하게 된다. 부정적인 내용이 많이 작성된 글이지만 매일 힘든 환경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 사회복지 종사자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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